지난 25일 국토부가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한 데 이어 26일에는 철도산업위원회를 열어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확정해서 발표했다. 정부가 코레일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6개 자회사를 설립해서 운영하여 철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효율성과 공공성을 조화시켜 국민편익을 증대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수서발 KTX 노선은 코레일이 30% 정도 지분을 갖는 출자회사가 운영하고, 코레일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70%는 국민연금 등 공공 연기금이 출자하기로 되어 있다. 또한 2017년까지 개통 예정인 신규 철도노선과 기존 적자노선에 대해서는 민간 사업자가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철도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꼼수일 뿐이다. 이명박정부 때 추진했던 철도민영화 정책을 무늬만 바꿔 추진하는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한국 철도가 독점운영체제여서 비효율적이고 방만하게 경영되고 있다면서, 민간기업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철도민영화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 이명박정부가 야심차게 밀어붙인 수서발 KTX 민영화안은 시민사회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중단됐다.
이번에 국토부가 발표한 철도 산업 발전 방안은 이명박정부 때 제출되었던 민영화안과 다를 바 없는 우회된 민영화다. 민간기업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공기업간 경쟁이라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우회하는 것이다. 수서발 KTX에 출자된 연기금 지분 70%가 결국 민간에 매각되어 민영화의 길로 접어 들 것이다. 실제로 KT나 인천공항공사의 민영화 추진 과정을 보면 돈이 남는 알짜 사업부문을 별도회사로 분리한 뒤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했다.
지난 해 대선이 한창이던 12월 16일 박근혜후보의 선거캠프였던 ‘행복캠프’는 트위터를 통해 ‘최근 일부 언론과 SNS 등을 통해 박근혜 후보가 집권하게 되면 가스, 전기, 공항, 수도, 철도, 의료, KAI 등에 대한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흑색비방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박근혜대통령 취임 넉 달도 되기도 전에 철도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다. 국토부장관이 취임한지 3개월 만에 철도산업 개편방안을 뚝딱 만들고, 민간검토위원회라는 거수기를 동원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포장하더니 국회가 만들어 준 토론회 한번 거치고 철도산업위원회를 열어 철도산업 개편방안을 확정하였다. 철도노조와 철도공사, 시민단체, 정치인, 학자 등 많은 사람들이 수차례에 걸쳐 국토부의 철도산업방안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지만, 그런 의견은 철저히 무시되고 단 한마디도 반영되지 않았다. 박근혜대통령의 민영화반대 공약이 허위사실이었다는 말인가? 박근혜대통령은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이미 민영화를 했다가 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국 민영화를 포기하고 국가가 책임지기로 한 영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민영화는 국민들에게 고통만을 안겨줄 뿐이다. 굳이 외국의 사례를 들지 않아도 된다. 2002년 한국통신(KT)이 민영화되었다. 민영화 이후 KT 주주는 배당금을 챙겼지만 노동자들은 절반 가량 줄어 들었다. 끊임없이 오르는 통신요금은 가정경제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통신요금 인상을 견제할 ‘공적 장치’는 없다. 민영화의 잘못된 효과이다. 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그동안 한국철도는 국민의 보편적인 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이 소유하고 운영해왔다. 교통이 불편한 지역의 적자노선과 역을 운영하고 있으며, KTX를 제외한 새마을, 무궁화, 전동차의 경우 낮은 원가보상율에도 불구하고 철도선진국과 비교해 저렴한 요금을 유지하고 있다. 공공교통수단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민영화는 그러한 역할을 내팽개치고 기업의 이윤을 위해서 내다 팔겠다는 것이다.
철도산업발전방안은 국회를 중심으로 하는 범사회적인 논의기구를 통해 장기적인 국가비젼과 철도미래전망계획 속에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수립해야 한다. 국민에게 물어보고 추진해야 한다. 대통령도 하지 않겠다고 하는 철도민영화를 국민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추진해서는 안된다. 이제 민영화는 정부가 마음대로 추진만하면 되는 세상은 아니다. 이명박정부의 철도민영화는 실패했다. 당시 여론조사에 의하면 60% 이상의 국민들이 철도민영화에 반대했다. 박근혜정부의 철도민영화 정책도 실패할 것이다. 국민들이 민영화의 고통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시에서는 2011년 12월 23일 ‘KTX 민영화중단 대책위’를 구성하여 경의선 민간위탁을 반대하는 활동을 해 왔다. 대책위는 지역의 정치인 및 철도공사 사장 간담회, 1인 시위 등을 추진했고, 2012년 7월 19일에는 고양시의회가 ‘KTX 민영화 추진 중단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 통과되었고, 결국 민영화는 백지화되었다.
철도민영화저지고양시민대책위는 지난 대책위 활동을 이어 받아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철도민영화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다. 시민들이 철도민영화의 문제점을 알고 참여할 수 있도록 1인 시위와 서명전, 그리고 촛불문화제를 전개할 것이다. 지역 주민들을 만나서 설명하고 동의를 이끌어내 정부의 정책을 철회하도록 할 것이다. 주민들의 대리인인 고양시의원들을 만나서 철도민영화저지 결의안을 통과시킬 것이다. 고양시민들이 앞장서서 철도민영화를 막아내고 국민들을 위한 철도를 만들어 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