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최장기 비정규직 사업장 농성 기록을 세운 재능교육 노사가 농성 2073일만인 23일 오전 7시30분께 '단체협약 원상회복', '고(故) 이지현 조합원 포함 해고자 전원 복직' 등 노조의 주요 요구안을 포함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는 지난 2007년 12월21일부터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장기간 농성을 벌여왔다.
비정규직 최장기 투쟁기록을 지난 2월27일 갱신하면서 최장기간 비정규직 사업장 농성 기록을 세웠다.
이날은 지난 2월5일부터 여민희(40), 오수영(39) 등 두 조합원이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성당 종탑 위에서 농성을 이어온 지 199일째다.
재능교육 측에 따르면 노사는 양측 교섭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9일부터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집중교섭을 벌여왔고 교섭 마감시한인 22일에는 오전 9시부터 23일 오전 7시30분까지 밤샘 교섭을 벌였다.
도출된 잠정합의안에는 단체협약 원상회복, 해고자 12명 전원 복직, 노조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등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노조는 2008년 10월31일자로 해지한 단체협약을 원상회복할 것과 해고자 전원 복직 요구를 계속해서 주장해 왔다.
또 사측은 11명이 회사로 복귀하면 추후에 단체협약을 논의하겠다는 안을 제시한 후 노사 간에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농성이 계속돼 왔다.
사측이 복귀 후 단체협약을 제시한 까닭은 해직된 상태에서 회사 바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조합원들을 노조로 인정하는 문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에서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의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며 단체협약 체결에 임할 것을 사측에 요구해 왔다.
재능교육 사측 관계자는 "종탑에 올라가 계시는 두 분의 건강문제도 고려가 됐고 조합과 회사 모두 이번 기회에 미루지 말고 농성을 끝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법적 노동조합이냐 아니냐는 문제를 뛰어넘어 실질적으로 노조로서 활동하고 있는 점에 대해 노조로 인정하고 교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도출된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총회를 거쳐 통과 여부가 결정돼야 노사 간에 최종적으로 본 합의서를 체결할 수 있다.
노조는 이날 저녁 종탑 고공농성 200일을 하루 앞두고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지만 교섭 보고대회 형식으로 바꿔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