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을 중심으로 상설연대체를 건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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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을 중심으로 상설연대체를 건설하자!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가 이제 민중운동 주요 조직들에서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이 글은 당내에서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를 전면적으로 제기하기 위한 토론자료이다. 여기서 “상설연대체”라는 명칭은 그간 “진보진영 단일연대연합체” “진보진영 단일전선체” “진보세력 총단결체” “민중연대 조직발전” 등으로 논의되어온 연대연합조직 건설논의를 총괄하는 의미에서 사용하고 있다. 민중운동 진영의 단일연대조직인 민중연대가 “상설공투체”로 성격규정되고 민중연대 조직발전이 당면정세의 주요과제로 논의되는 현실을 고려하여 그간 민중운동의 전선관련 논의를 이 명칭으로 총괄하자는 것이다. 상설공투체로 표현되는 민중연대의 한 단계 높은 조직발전을 이루고 통일연대 등 다양한 연대연합조직들을 하나로 모아내는 민중연대전선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새로운 연대조직의 성격을 “상설연대체”로 규정하는 것이다.>
1. 전선운동 평가와 과제
지금 시기 상설연대체를 왜 건설해야 하는가의 논의는 그간 전선운동에 대한 평가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간 전국연합, 민중연대 등으로 표현되는 전선운동은 여러 문제에 직면했다.
1990년에 출발한 전국연합이 21세기 들어와서 애초 의도한 바대로 각계각층 부문조직들의 결집체로 자리잡지 못하고 지역에 기반한 단일정치조직 성격으로 머물렀던 것은 전선운동의 정체를 초래했다. 전국연합식 전선운동의 주요한 맹점은 무엇보다 전선상층부가 정파적으로 일색화되어 다양한 각계각층 진보세력의 총단결을 이루고 중간층을 폭넓게 끌어안는데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보세력 총단결을 기치로 민중연대가 건설되었고, 이는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선운동의 새로운 발전 계기로 되었다.
그러나 민중연대는 그 위상과 임무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낮은 집행력, 연대연합조직체 난립 등의 조건에서 전선운동의 대표체로서 역할을 실제로 수행하지 못했다. 6월항쟁으로 촉발된 한국사회의 점진적인 민주적 개혁과정에서 공개.합법적인 민중운동 진지가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각계각층 조직들의 다양한 발전이 이루어졌지만 그러한 발전이 민중연대를 중심으로, 민중연대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민중연대와 별개로, 또는 무관하게 각개약진, 자연발생식으로 이루어지면서 현실에는 다양한 수준의 요구를 내건 연대조직들이 무수하게 존재하여 역량의 분산과 소모가 극에 달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한국사회에서 진보세력은 넓어진 활동공간과 꾸준한 역량증가에도 불구하고 위상과 영향력을 높여내지 못했다. 사회정치 정세는 급변하는데 진보운동의 대응은 지극히 취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대로 가면 서구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처럼 진보세력 전체가 사회 소수세력으로 고착될 수도 있는 위험에 마주쳐 있다. 어떤 이는 진보운동이 분열과 대립으로 공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탄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그런 인식이 갈수록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로부터 새로운 민중연대전선으로서 상설연대체를 건설해야할 과제가 시급하게 제기된다.
오랜 분단과 반민중적 기득권에 짓눌려온 한국사회에서 연대연합전선의 전략적 의의는 보수대연합으로 통칭되는 기득권 지배세력의 블록에 대한 민중세력의 ‘힘의 우위’를 확보하는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연대연합전선은 민중세력의 궁극적 승리를 위한 결정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상설연대체 건설 주장은 이런 취지의 강력한 민중연대전선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2. 상설연대체 건설의 당적 필요성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적 대중정당운동은 과거의 운동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운동이다. 민주노동당의 존재는 그 자체가 한국사회 운동지형의 변화를 말해준다. 변화된 지형에서는 과거의 이론틀을 새롭게 검토하고 시대변화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은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 자체를 당의 입장에서 보고 당의 현실을 기초로 방침을 세워야 한다.
당은 무엇보다도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치조직이다. 그런 견지에서 첫째로 상설연대체 건설 문제는 당의 집권에 도움이 되는가 안되는가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당은 또한 민중의 이익을 대표하고 각계각층 민중을 하나의 정치적 기치 아래 단일한 세력으로 모아내는 정치조직이다. 그런 견지에서 상설연대체 건설 문제는 당이 대표하는 민중의 요구지향에 부합하는가 아닌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설연대체를 통해 광범위한 민중세력을 당의 주위에 모아내는 것은 당의 대중기반과 외연을 확대할 뿐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당의 정치적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여 집권으로 나아가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수단이 된다.
또한 상설연대체를 통해 당의 대중기반을 강화하고 정치적 위상을 높여나가는 것은 민주노동당 원내진출에 한국사회 민중들이 뜨거운 지지와 성원을 모아주었던 지난 경험에서 보듯이 진보정당을 통해 억눌린 정치적 염원을 실현하고 희망을 찾고자 하는 다수 민중들의 요구지향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일이다.
향후 다가올 대선.총선을 민주노동당 도약과 전진의 계기로 만드는 것은 시대변화를 바라는 민중의 염원이다. 지난 531 지방선거는 민주노동당의 성장전망에 찬물을 끼얹고 심각한 자성의 기회를 당에 제기해주었다. 시대변화를 바라는 민중의 염원 실현을 위해 이제 민주노동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여러 처방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민중 속에 들어가서 피해와 고통에 시달리는 민중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의 대안을 세워주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긴요한 과제라는 것이 대다수의 중론이다. 상설연대체 건설은 당이 민중속에 들어가서 대다수 민중들과 정치운명을 함께 하는 가장 분명하고 적극적인 길이며 상설연대체의 확대강화는 그러한 당의 노력의 결과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상설연대체를 건설하고 확대해나가자면 상설연대체 건설에서 당이 주동적 입장에 서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상설연대체가 만들어진다고 해서 그것이 자동적으로 당의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상설연대체 건설을 방관하고 그 열매만 따먹자고 해서는 상설연대체를 당의 근본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상설연대체에서 당의 지위역할을 올바로 보장할 수도 없게 될 것이다. 당은 당이익의 실현, 당 강화발전의 문제를 중심으로, 그 유일하고 적극적인 방도로서 상설연대체 건설문제를 사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이 상설연대체 건설에 당이 전면적으로 나서야할 이유도 명백하고 상설연대체 건설이 당의 실질적인 이익이 되도록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3. 상설연대체 관련한 당내 여러 주장에 대한 검토
한국사회에서 당이 전선운동 전면에 나서서 상설연대체 건설을 고민하고 모색하는 것은 앞에도 말했듯이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운동사상 최초의 경험이다. 그래서 당내에 이와 관련한 다양한 견해가 정리되지 않은채 존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당내 여러 견해에 대해 검토해보는 것은 상설연대체 건설에 대한 당적 방침을 세우는데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당과 상설연대체를 역할분담 관계로 이해하고 상설연대체를 만들면 당이 원내정당화, 개량화로 갈 것이라는 우려를 말하는 사람이 있다. 실상 이는 지나친 도식론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당은 다른 대중조직과 달리 원내에 직접적 기반을 갖는다는 고유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당이 원내활동을 강화확대하는 것은 당으로서 꼭 필요한 일이고 다른 대중조직들이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점을 강조하는 것은 당이 원내활동만 전담한다는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대중투쟁의 경험은 원내외 활동이 하나의 목표로 결합집중할 때 대중투쟁의 위력이 급상승하며 목표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과 상설연대체는 무슨 역할분담체계가 아니라 공통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늘 함께 투쟁하는 관계로 되어야 한다. 당은 상설연대체와 더불어 그러한 대중투쟁의 중심에서 대중투쟁을 이끌어가는 조직이다. 현재의 연대연합운동 수준에서도 그런 성격은 현실에서 명확히 드러나 있다. 당이 대중투쟁을 직접 강화해나가는가 아닌가는 상설연대체를 건설하고 말고 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것은 당의 투쟁관점과 투쟁의지 문제일 뿐이다. 당의 지도자들이 의회주의로 가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원내활동을 강화하고 상설연대체로 힘을 모아 그 중심에서 당이 대중투쟁을 해나간다고 해서 당의 개량화를 우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상설연대체는 이미 역사적으로 실패가 입증된 또 다른 계급연합이라는 주장도 있다. 부르주아와 계급연합을 통해 파시즘을 반대하는 방식의 인민전선론의 재판이 상설연대체이고 그래서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상설연대체는 어떤 부르주아 세력과 동맹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 세력의 총집결을 추구하는 것이다. 한국사회 민중이 지배적 부르주아계급과 인연이 없다는 것은 한국사회 구조적 현실을 조금만 살펴보아도 명확하다. 이를테면 민주노동당이 2002년 대선에서 부유세 정책을 처음 제기할 때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유세 부과대상이 되는 순자산 10억 이상의 사람은 최저 2만에서 최고 5만 정도였다. 이 숫자라면 한국사회 전체 국민의 불과 1%에 못미치는 숫자이다. 80대 20, 90대 10의 수사는 한국사회의 계급적 대립구도를 지나치게 완화시킨 것이며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전국민의 1%에 채 못미치는 그야말로 한줌도 안되는 소수 기득권세력이 사회정치적 권력과 부를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전용하는 그런 사회이다. 기득권에 속하지 않는 99%의 민중을 하나의 세력으로 단결시키는 관점은 부르주아 연대론과 인연이 없다. 기득권에서 멀리 있는 한국사회 피억압 대중, 곧 민중세력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과제는 소수 기득권을 고립시키기 위한 전략적 요구이며 그 요구를 현실화하는 조직형태가 연대연합전선, 곧 상설연대체인 것이다.
고전적 통일전선의 관점에서 상설연대체를 사고하는 경향도 일각에 있다. 2000년에 전국연합에서 제기했던 <9월테제>같은 것이 그런 내용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상설연대체가 현재 시기 통일전선으로서 집권의 주체로 되며, 당은 그 집권을 실현하기 위한 보조수단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관점은 지나치게 교과서적 체계를 고수하는 것이며, 과거의 역사적 운동경험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 관점은 한국사회변혁운동에서 당의 지위역할 문제를 과소평가하는데서 출발하며 당이 아직 성장하기 이전의 시대조건에서 견지되었던 것이다. 지금 당이 실제적으로 진보진영의 정치적 중심이 되고 진보진영의 집권전략에 핵심요소로 되고 있는 조건에서 이런 관점은 제한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거듭 말하지만 당을 중심으로 하는 집권전략, 상설연대체에서 당의 지위역할 문제, 당의 독자성에 기반한 연합전선 전략 등등은 교과서에 존재하지 않는 지금 현실의 과제이다. 지난 시대의 이론은 현실문제를 해결하는데 참고가 될지언정 해답은 아니다. 그 해답은 지금 당이 책임있게 내놓아야 할 과제이며, 당이 아니고는 그 과제를 수행할 데가 없는 것이다. 이제 당은 고전적 통일전선론의 한계를 넘어서 상설연대체 문제를 당이 어떻게 주동적으로 풀어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 답을 내놓아야 할 때이다.
민중연대전선은 필요하지만, 지금 있는 민중연대를 강화하면 되지 새로운 조직을 고민할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 주장은 현재 민중연대의 현실과 연대연합운동의 실상에 대해 아무런 고민이 없어서 제기하는 주장같이 생각된다. 현재 민중연대가 안고있는 무기력, 무능력의 문제는 단지 민중연대 간부 몇 사람들이 사업을 잘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민중연대라는 상설공투체 조직이 안고있는 근본한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논의는 거창하지만 힘있는 집행은 없고, 자기권리와 견해의 주장은 강력하지만 책임은 없는 것이 현재 민중연대의 단적인 현실이다. 현실을 똑바로 보자. 지금 상태의 민중연대로는 더 이상 어떤 혁신도 어떤 강화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민중연대 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헌신적인 책임간부들의 솔직한 토로이다. 이제는 민중연대에서 한 단계 발전해서 좀 더 강력한 수준의 집행력과 실천력을 담보하는 상설연대체 건설이 필요한 때이다.
상설연대체 건설의 필요성에 관한 모든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시기상조를 이야기하는 견해도 있다. 대선 전에 상설연대체를 만드는 것은 여러 난관이 있기 때문에 대선을 거치고 진보진영의 힘이 실천적으로 결집된 지점에서 상설연대체를 만드는 것이 적절하다는 식의 주장이다. 이 주장은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지금 상설연대체가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는 2007년 2008년의 정치적 격동기를 민주노동당이 어떻게 힘있게 대응하고 당의 도약을 확실하게 이루어내는가 하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대선총선의 중요한 투쟁시기를 다 지나고 비로소 강력한 총단결총투쟁 조직을 만들자고 하면 버스 지나간 뒤에 손흔드는 격이 될 것이다. 당으로서는 2007년 2008년의 시기가 중요한 그만큼 상설연대체 건설의 요구가 절박한 과제이다. 본격적인 싸움이 끝나고 나서 싸움준비를 평가하는 것만큼 허망한 일이 없다. 대격돌의 시기가 객관적으로 주어져 있다. 우리는 최선의 준비를 지금 고민해야 하며, 그 준비의 핵심과제 중 하나가 바로 상설연대체를 통해 당 주위에 핵심지지층과 중간세력까지 폭넓게 모아내서 대선총선시기 도약을 위한 디딤대를 확실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상설연대체 건설은 지금 당장 해결해야할 문제인 것이다.
4. 상설연대체 성격과 강령, 포괄범위와 운영원리
그렇다면 당적 관점에서 민주노동당이 추구해야할 상설연대체는 어떤 모양과 내용을 갖는 것인가? 상설연대체의 성격과 강령은 민중연대의 630 제안문 수준 정도로 폭넓은 동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요약하면 상설연대체는 상설공투체보다 한 단계 발전된 수준의 민중연대전선이며 신자유주의 반대와 낮은 단계 연방연합제 등등을 최소한의 강령적 합의기준으로 삼는 진보진영의 상설적 연대조직이다. 또한 상설연대체는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 학생 등 기층대중을 중심으로 진보적 지식인, 종교인, 문화예술인, 시민, 여성, 장애인, 소수자 등 한국사회 진보에 동의하는 정당과 단체, 개인을 폭넓게 망라하는 진보진영의 총단결체이다. 여기에는 특별한 논란이 있을 수 없다.
보다 미묘한 문제는 포괄범위와 운영원리에 관한 것이다.
상설연대체가 기득권 지배세력에 대해 힘의 우세를 확립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인만큼 그 포괄범위가 가능한한 넓어야 한다는데는 쉽게 동의가 될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연대하고 어디까지 배제하는가, 이를테면 지난 시기의 민족자본가 논쟁같은 것이 재연되면 포괄범위를 구체화하는데 장애가 조성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시기 민족자본가 논쟁이 실천과 무관하게 관념적인 논쟁으로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폐해가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 중소자본가와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와 상층연대 대상으로서 민족자본가를 견인하는 문제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것이 과연 어떤 형태로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경험적인 표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놓고 노동운동과 학생운동 진영이 첨예한 입장차이를 보였던 현상을 연상시킨다. 과거의 그런 경험들에 대해 이러저런 진단과 해답이 제출되었지만 아직 현실 운동에서는 여기 대해 말끔하게 정리된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조차도 민주노동당은 당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거기 대한 적절한 해법을 구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것은 이론적, 실천적으로 해결가능한 문제이지만 아직 당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해답을 내자면 전략과 전술의 명확한 구분기준이 필요하고, 실정에 대한 일치된 이해가 있어야 하며, 당운동의 전망에 대한 과학적이고 원숙한 입장정립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운영원리에서 상설연대체에 참가하는 각 단위의 자주성과 독자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직운영형태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의원대회의 존재 여부를 중요한 논점으로 삼기도 한다. 특히 당의 입장에서 볼 때는 당이 상위의 의결기구에 일부분으로 참여할 경우 당 바깥에 당의 상급조직을 두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런 형태라면 현실적으로 당이 상설연대체에 참가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 당이 민중운동에 소홀하다는 아픈 지적을 듣더라도 당으로서는 자신의 정치적 독자성을 고수하는 문제가 장기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상설연대체는 단일정치조직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고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단결하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수준의 연대연합전선조직인만큼 이런 문제도 그 특성에 맞게 풀어야 할 것이다. 민주적 토론과 결정절차에 따르되 구성원 전체가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답을 내야 할 것이다. 합의를 끌어내자면 소수에 대한 역할 배려원칙과 각이한 의견그룹의 조정기능같은 것을 상설연대체 건설의 필수적 조건으로 고려해야 하며 변화된 현실의 관점에서 진심어린 단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당운동이 성장하는 조건에서 지금의 진보진영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주객관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진보세력 총단결의 과제가 절박한 큰 과제라면 조직형태와 운영방식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작고 유연하게 다가갈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모든 민주적 조직은 자체의 준비정도와 요구수준에 맞게 고유한 대의집행체계를 운영한다. 대의집행체계가 존재하는 것은 그것이 조직인한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대의집행체계는 다양한 형태와 수준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상설연대체는 그 구성원들의 요구수준에 걸맞는 대의집행체계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당은 당의 정치적 독자성과 주도성을 고수하는 관점에서 상설연대체의 대의집행체계가 어떤 형식과 내용을 갖추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그런 문제를 당이 앞장 서서 제기하고 주동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5. 상설연대체 건설에서 당이 지켜야할 원칙
어떤 경우에도 당이 독자성과 주동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상설연대체 건설에서 첫째가는 당적 원칙이다. 당이 각계각층 민중의 일치된 단결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당의 자기 정체성과 독자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되면 오히려 민중들의 정치적 희망을 손상시키는 부정적인 결과로 귀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민중의 정치적 대표체로서 당은 자기 정체성을 눈동자같이 소중하게 지켜나가야 한다.
상설연대체에는 당을 배타적,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세력들이 현실적으로 다수 포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상설연대체 자체를 당을 지지하는 외연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상설연대체를 건설하려는 전략적 의도에 어긋나는 일이다. 상설연대체는 당을 지지하는 세력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중간적이거나 동요하는 세력, 심지어는 당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세력까지 참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상설연대체가 기득권 지배세력에 대한 힘의 우위 확보라는 전략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상설연대체 건설에 당이 주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당은 명실상부한 민중세력의 정치적 대표체이지만 그 지위는 자기가 임의로 선언하거나 주장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민중을 하나로 단결시키고 민중투쟁과 연대하는데 당이 얼마나 헌신하고 성과를 내는가에 따라 대중적으로 인정받는 영예의 칭호인 것이다. 상설연대체 건설에서부터 당은 민중의 정치적 대표체로 확고하게 자기를 세우기 위한 지난한 헌신과 노고를 앞장서서 감당해나가야 한다.
상설연대체 건설에서 당이 중심에 서야 한다. 현실적으로 당이 중심에 서지 않으면 상설연대체 건설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전국적으로 200개 가까운 지역조직과 8만 당원을 운영하며 고른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는 진보진영 최대의 정치조직이 상설연대체 건설을 방관하면 어떤 연대조직 건설도 가능하지 않다. 지역 단위만 보더라도 당은 현실적으로 모든 연대운동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고 가장 적극적인 세력으로 활약하고 있다. 당이 적극적인 중심세력으로 역할하는 관점에서 상설연대체 건설 문제에 나서야 상설연대체 건설의 모든 난제를 용이하게 해결하고 당의 이익을 관철하며 민중의 정치적 대표체로서 당의 지위역할을 강력하게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창당 이래 원내진출 시기까지 당은 한국사회의 민주적 변화흐름을 타고 거의 수직적이고 자연발생적인 지지율 상승에 힘입어 일면 거저먹기같이 당사업을 해왔다고도 볼 수 있다. 이제야 말로 당이 혁신하고 환골탈태하여 진정한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위기는 기회이며, 정체와 답보는 도약의 선행단계이다. 당은 진보진영에서 태풍의 눈이 되고 중심이 되어 각계각층 주변세력을 폭넓게 모아내는 데서부터 정치적 격동기에 파도를 타듯이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정치적, 조직적 준비를 해나가야 할 때이다. 산별노조 건설이 노동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만드는 것같이 상설연대체 건설은 당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전환 계기가 될 것이다. 당이 그 선봉에 서야 한다.
2006년 8월 17일 07:16:22 ㅣ marcoss (한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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